우선 남편은 매우 자상하고 유쾌한 사람입니다.
대인관계도 원만하며
회사도 열심히 다니고, 차근차근 나름 빠르게 승진도 하고 있습니다.
활동적인 편이고, 배스 낚시에 진심인 사람이며
집에서 키우고 있는 햄스터에게도 책임을 다합니다.
그리고
오 타 쿠 입니다.
남편(일본인)은 애니메이션 오타쿠다.
(오타쿠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루 일정시간 애니메이션을 본다.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게 되었는데,
거의 매일 일정시간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남편을 지켜보며
'아.. 내가 오타쿠랑 결혼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다.
그의 오타쿠 활동 패턴을.
그의 오타쿠활동을 비난하지 않는다.
아니 비난할 수가 없다.
나는 하루 몇 시간을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소비하는가?
그처럼 규칙적이지도 꾸준하지도 않지 않은가??
한국인 아내가 본 일본인 남편의 오타쿠 활동과 그에 대처하는 자세
거의 일정한 시간 대에 일정한 시간을 투자한다.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고,
몽(햄스터양)이와의 시간을 갖고 방으로 들어가면
이제 그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가끔 늦은 시간까지 함께 낚시 영상을 보거나 한국 드라마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이제 오타쿠활동해야지!! 제대로 해!! 오늘 볼 거 밀리면 내일 피곤하잖아"
라는 되지도 않는 잔소리도 한다.
다양한 주제의 애니를 섭렵한다
(애니 편식 no.no)
청춘 애니 같은 몰랑몰랑한 주제를 볼 때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게 또 웃긴 게 기분 나쁘게 실실거리는 게 아니라
정말이지 아빠미소다.
뭐야,이 사람 왜 이렇게 흐뭇하게 보는 거야.
이럴 땐 은근슬쩍 옆에서 같이 보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宇崎ちゃんは遊びたい! 우사기짱은 놀고 싶어
とら ドラ! 토라도라
堀さんと宮村くん호리미야
その着せ替え人形は恋をする 그 비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
등이 있다.
뭔가 시끄럽고 싸움질하는 주제를 볼 때는
초 집중모드라 방해요소를 모두 차단하고 시청에 돌입한다.
이때는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말 걸지 않는다.
괜히 말 걸고 방해하면 싸움각.
정신적으로 미약(?)한 나는
이런 심란한 주제는 피하는 편이고
시끄러운 소리도 싫어서 근처에도 안 간다
(오징어게임도 못 봤음)
다행히 오늘도 우리 집은 평화롭다.
분기 시작 첫 주가
오타쿠 활동의 질을 결정한다.
일본애니는 분기별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따라서 분기가 시작될 쯤에는
3개월간의 오타쿠활동을 책임져줄 애니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이때는 오타쿠 활동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이 놀고 싶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줘야 한다.
함께한 시간이 쌓이고 이제는
"어째 이번 분기에는 볼만한 거 있어??“
"볼 거면 제대로 집중해서 선택하길 바라.
앞으로 3개월간 함께 할 애니인데 신중을 기해야지"
라고
주제도 모르고 격려와 충고도 해준다.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남편의 건강한 오타쿠 활동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