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와구치코로 배스 낚시를 다녀왔다.
비바람 속에서 덜덜 떨며 하루 종일 낚시를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나는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고, 어이없게도 루어 트리곤은 물속에 빠뜨려 잃어버렸다.
게다가 쓰던 낚싯대까지 부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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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구치코 배스 낚시
가와구치코에 배스낚시를 다녀왔다.원래는 아침에 생선 구워서 든든하게 먹고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맥도널드에서 맥모닝을 먹기로 했다.ㅋㅋㅋ근데 그것도 너무 늦어서 결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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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낚싯대는 사실 남편이 쓰지 않던 낚싯대였다.
나는 원래 아부가르시아의 투피스 로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조인트 부분이 분리되지 않아 강제로 원피스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분리가 안 되니 차에 넣어 이동할 때 너무 불편했다.
남편과 내가 온 힘을 다해 분리시키려고 해도 도무지 분리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아마존에서 저렴한 스피닝용 로드를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그걸 본 남편이 왜 바로 안 사냐고 물었다. 그리고 이왕 사는 거면 괜찮은 걸로 사라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가와구치코 유교권 연간 패스를 구입했고, 조만간 고어텍스 자켓도 새로 살 예정인데 로드까지 구입하게 되면… 지출이 너무 커져서 부담스러웠다.
그런 나를 안쓰럽게 여겼는지, 남편은 내가 자는 사이 거실에서 내 낚싯대를 분리하려고 혼자 끙끙댔다고 한다.
구글링을 통해 분리 방법을 찾아보니, 어떤 사람은 뜨거운 물을 부어 열을 가하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차갑게 식혀야 잘 빠진다고 했다. 또 이렇게 비틀어 보라는 사람도 있었고, 왁스 같은걸 연결 부위에 스며들도록 뿌려보라는 등 별별 방법이 다 나와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힘으로 분리해보려 했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열을 가해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이미 온갖 방법을 다 시도했는데도 낚싯대는 요지부동.
점점 지쳐가던 중, 마지막으로 얼음팩으로 조인트 부위를 차갑게 식힌 뒤 다시 한번 힘을 줘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미동조차 없어 ‘이건 진짜 안 되나 보다’ 싶었는데, 바로 그 순간—
뽕!!
낚싯대가 시원하게 분리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은 욱신거리고, 팔이랑 어깨는 뻐근해서 다음 날엔 근육통까지 왔다고 했다.
그런데도 자기가 한 일에 꽤 뿌듯했는지, 내가 분리된 낚싯대를 보고 좋아할 걸 상상하니까 왠지 잠도 안 오더란다. 그 장면을 떠올리니 웃기다.
설마 너, 나 사랑하니??
투피스 낚싯대 하나 분리하자고, 혼자 얼음팩 싸매고 근육통까지 얻은 자여.
도때모 아리가타이
(몹시 감사)
이제 진짜 이름대로 투피스가 된 낚싯대를 보며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새로 낚싯대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아직도 투피스 낚싯대 분리가 안 돼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음팩을 이용한 냉각법도 시도해 보길 바란다.